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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드린 편지



아빠, 아들이다.
잘 지냈어? 우리 저번에 본 뒤로 좀 됐지? 아빠 생각나더라.
내가 아빠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전화로 하기에는 너무 길고 그래서 글을 써보았어.



아빠, 기억나?
1997년에 김대중 대통령 되었을 때
아빠는 경상도 출신이고 우리집은 부산에 살았었지.
근데 아빠가 나랑 저녁에 TV보다가 조용히 나한테 그랬잖아. "기준아, 나 이번에 대중이 뽑았다?"
그래서 내가 대중이가 좋은 사람이냐고 물으니까 아빠가 그랬지 "에이 내가 뭐 아는게 있니. 김대중이 고문받고 테러받고 그래서 몸도 저렇게 불구가 되었는데 그런데도 악착같이 정치하면서 대통령 후보 나오는게 불쌍하고 또 보고 있으면 미안하고 그래서 뽑아준거지."




내가 그때는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몰랐어. 역사에 대해서 내가 아는게 없었으니까. 근데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건 아빠가 그 다음에 한 말이야.
"기준아, 근데 아빠는 무섭다? 아빠 주변에 아는 사람들은 다 김대중 욕하거든. 그러니까 다른 사람 앞에서 아빠가 대중이 뽑았다는 말 하면 안돼. 사람들이 정치 얘기하면 그냥 모른척 해."
내가 그때 느낀건, 아빠가 김대중을 뽑은걸 들킬까봐 무서워 하고 있었다는 거야. 주변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따돌림 받고 괴롭힘 받을까봐.




아빠, 가끔씩 아빠 자면서 잠꼬대 하고 신음소리 내면서 우는거 알아?
아빠 군대 자원입대로 3년 갔다오고 나서 제대하고 또 바로 3년 동안 외항선 탔었다며?
그렇게 고생해서 할아버지 소 한 마리 사주고 밭도 작은거 한 마지기 사고 집안 빚도 다 갚았다며. 우리 아빠 멋있네, 대단하네.




근데 아빠, 군대 있을 때랑 외항선 타는 동안 힘들었지? 거기 군기가 빡세다며.
내가 나중에 군대 갔다 와보니까 알겠더라. 우리 와이프랑 아이들이 그러는데 나도 가끔씩 잠꼬대 하면서 낑낑거리는 소리 내고 운대. 그럴때면 꼭 군대에서 야단맞는 꿈을 꾸더라구. 땀도 흥건하게 흘리구.
아마 이런게 외상스트레스장애 그런건가봐. 우리가 알게 모르게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마음에 상처가 생겼었나봐.




아빠, 기억나? IMF 와서 1998년에 아빠 하던 사업이 부도났었잖아.
그때 집에 막 빚쟁이 찾아오고 차압 딱지 붙고 그랬잖아.
아빠 20년 동안 돈 모아서 사업 이루어 놓은거 다 날아갔었지.
근데 그거 알아? 그게 아빠가 잘못해서 그런거 아니야.




아빠, 우리 할아버지 일제시대때 징용 갔다온거 알지. 일본놈 광산에 끌려가서 일했었잖아. 돈도 못받구.
박정희가 1960년대에 일본에서 대일청구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수천억원 대출을 빌려왔대. 대일청구권이 뭐냐면 우리 할아버지 같은 사람에게 일본이 보상해 줘야 할 돈을 말하는 거야. 그걸 포기하는걸 왜 대출 조건으로 끼워 넣었지? 대출은 원금하고 이자만 갚아 주면 되는거 아냐? 왜 국민이 받아야 할 돈을 박정희가 대신 가져갔지? 왜 그런 나쁜짓을 했지?
우리 할아버지 징용 갔다온거 후유증 때문에 허리랑 무릎 아파서 돌아가실 때까지 고생하셨잖아.




그리고 박정희는 일본놈들에게 대출을 받으면서 일본 정치인에게 대출금 일부를 뇌물 선이자로 떼주었대. 그리고 전체 대출금의 5%는 자기가 수수료로 떼서 가졌대. 그래서 서류에는 수천억원을 대출받은걸로 되어 있는데 실제 한국에 들어온 돈은 그보다 한참 적고 그래서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원금과 이자는 실제 빌린 돈의 몇 배가 되었대. 꼭 무슨 악덕 사채업자같다 그지?




그 후로 박정희는 외국 정부에서 차관 대출을 받아올 때마다, 외국에서 빌려 온 돈을 은행을 통해서 국내 기업에게 다시 빌려줄 때마다, 한국 회사가 외국에서 물건이나 공장 설비를 수입할 때마다, 국내에 공장이든 도로든 시설이든 뭐든 지을 때마다 그 금액의 5~10%씩 리베이트를 받았대. 나라를 위해서 쓰는 세금이 아니고 박정희 개인한테 바치는 뇌물로 말이야.




아빠, 우리 작은 할아버지가 월남전 참전 용사잖아.
미국에서 원래 월남 참전 용사에게 한 사람당 10만 달러씩을 주었대. 근데 박정희가 그 중에 8만 달러를 떼서 자기가 가졌대. 그러고 나서 참전 용사 죽고 장애 생기고 후유증 생긴건 외면했잖아.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우리 작은 할아버지도 고엽제 때문에 팔다리랑 얼굴 신경에 마비 오고 그래서 엄청 고생하다가 돌아가셨잖아.




박정희 시대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막 독일에 가서 간호사로 광부로 일하고 그랬잖아.
거기서 받는 돈도 박정희가 수수료로 떼먹었대. 그리고 독일 정부에게서 돈 빌리면서 또 수수료로 뇌물 떼먹고 그랬대. 한 마디로 철저하게 해먹었던 거야.




내가 저번에 TV에서 다큐멘터리를 봤다?
거기에 뭐가 나오냐면 악덕 사채업자가 일자리를 주겠다고 사람들을 속여서 섬이나 바닷가 마을에 사는 악덕 업주들에게 팔아 먹는 거야. 가짜 서류를 만들어서 큰 사채 빚을 지게 만들고 그 돈을 다 값을 때까지 못나가게 하는 거야. 그걸 섬노예, 뱃노예, 염전노예라고 하더라구.




아빠, 위에 박정희가 한 일을 봐바.
이거 완전 똑같은거 아냐? 국민들에게 사채 빚을 지게 만들고 수수료를 떼먹고 악덕 업주에게 팔아먹어서 노예로 만든거 아냐. 여기서 악덕 업주가 바로 재벌이잖아.




아빠 나이 또래 어른들이 막 착각하는게 박정희가 정치를 잘하고 재벌이 잘해서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했다 하는 거거든.
근데 현실은 사채업자가 우리 국민이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자기가 가로채서 떼먹고, 악덕 사채빚 들여오고 국민들에게 그걸 뒤집어 씌워서 악덕 업주인 재벌들에게 팔아넘긴 거잖아.
근데도 우리나라가 가난을 이겨내고 나온게 사채업자랑 악덕 업주가 잘해서 그런거야? 아니잖아.
우리 할아버지랑 작은 할아버지랑 아빠같은 사람들이 꾹꾹 참고 일해서 결국 먹고 살게 된거잖아. 그렇게 뜯어먹고 사기치고 노예처럼 부려먹었는데도 그걸 이겨내고 돈 벌어서 아껴서 저축하고 그래서 그런거잖아.




아빠가 진짜 죽을 고생하면서 돈 모아서 빚 갚고 겨우 먹고 살면서 숨 좀 쉴 수 있게 되서 주변을 돌아보니까 그 사채업자와 악덕 업주들은 아빠같은 국민들이 노예처럼 일한 덕분에 번쩍번쩍하게 빌딩을 올리고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었던 거야. 아빠, 그게 독재자와 재벌이야. 그러니까 절대 박정희랑 재벌이 잘해서 우리나라가 발전한게 아닌거야. 우리나라 국민들이 참으면서 열심히 일해서 그런거야.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한거야. 아빠가 잘해서 그런거라구. 아빠랑 우리 할아버지랑 작은 할아버지 같은 국민들이 자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돼.




아빠 그거 알아? 박정희가 특정한 몇 개 회사에 대출을 많이 해줘서 재벌을 만든건 자기가 뇌물을 상납받기 편하려고 그런 거라는거.
공정하게 시장에서 경쟁을 해서 잘하는 회사가 발전해서 더 커진게 아니었던 거야. 뇌물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상납하는지를 보고 그거만큼 대출을 해줘서 그 회사를 키워준 거야. 수백 개 수천 개 회사에게 뇌물을 상납받으면 번거롭고 들통날 위험이 커지니까 열심히 상납하는 회사 몇 개로 뭉치려고 재벌을 만들어 준 거야.




이건 깡패가 하는 짓이잖아. 조직폭력배 알지? 박정희가 사채업자이자 조직폭력배 두목이었던 거야. 박정희는 상납을 시원찮게 하면 바로 회사를 공중분해 시켜서 박살냈대. 영남대학교, 부산일보, 부일장학회, 국제그룹을 봐. 그렇게 해서 상납을 열심히 안 하는 회사들은 망하게 하고 몰수해서 자기가 가졌대. 그게 정수재단이야. 부정부패로 꿍친 돈을 자기 자식들한테 사용할 수 있게 재단으로 만들어서 물려준거야. 정수재단 자산 규모가 지금 현재 가치로 계산하면 10조원이 넘는대. 그리고 스위스 은행 같은 전세계 비밀 계좌에 박정희가 짱박아 놓은 돈이 또 수십조원 있을거래.




그러다가 박정희가 김재규 의인에게 총 맞아 죽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전두환이 1212 쿠테타를 했지.
그러고 나서 전두환도 박정희랑 똑같은짓을 했던 거야.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시 사우디로 팔려 가고, 재벌에게 팔려 가고
상납 잘하는 재벌은 쑥쑥 크고, 상납 잘 못하는 재벌은 박살내서 공중분해 시키고
전세계 비밀 계좌에 부쟁부패 자금 꿍쳐 놓고




그러다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도저히 안되겠다 해서 1987년에 모두 모여서 들고 일어나서 사채업자 조직폭력배 전두환 일당을 몰아낸 거야. 아빠도 그때 출근하다가 얼떨결에 시위에 참가해서 목청 높여서 소리질렀다고 했지? 그리고 그 후로 한 달 동안은 누가 불시에 찾아와서 뒤통수를 붙잡고 끌고갈까봐 걱정했다며. 아빠 멋있다. 우리 아빠도 역사의 증인이었네?




호랑이가 쫓겨난 산중에는 여우가 왕이라고 하더라?
사채업자 조직폭력배 두목 전두환이가 쫓겨나니까 그동안 밑에서 뇌물 상납하던 재벌들이 두목 행세를 하기 시작하더라구.
그중에서도 덩치가 큰 삼성과 현대차가 말이야.




아빠, 이제 이때부터는 재벌들의 전성시대가 된거야. 국민들이 이겨서 자유로운 국민들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미처 재벌들이 그렇게 치고 나올줄 몰랐던 거야. 재벌들이 뇌물을 온 사방에 뿌리면서 국회, 언론, 법원, 공무원, 대학교, 노조, 시민단체 할거없이 공범으로 만들어 갔던거야.




재벌들이 원하는건 정치인들이 서로 욕하고 싸우게 하는 거야. 그래서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거야. 왜냐하면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막 서로 싸우는 동안 재벌들은 탈세하고 리베이트받고 비자금 만들어서 큰 돈을 불리려고 한 거야. 옛날에는 재벌들이 독재자에게 상납하는 을이었는데 이제는 돈을 베푸는 갑이 된거야. 그 갑중에 갑이 삼성이었던 거야.




얘네들은 그렇게 탈세하고 비자금 만들다가 걸려도 감옥에 가는게 아니라 휠체어 타고 병원에 드러누웠다가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나오는 거야. 왜냐하면 이미 수십 년 넘게 판사 검사 변호사 할거없이 뇌물을 먹이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약하게 처벌받고 집행유예니, 선고유예니, 기소유예니, 보석이니, 사면이니 하면서 그냥 빠져 나와버리는 거야. 일반 국민들은 절대 받을 수 없는 특별 선처를 얘네들은 매번 받는거야.




아빠 그거 알아? 사법고시 합격해서 연수원 몇 기 이렇게 들어가잖아. 삼성이 그 기수 전체에 다 용돈을 준대. 한 사람당 한 달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씩 받는대. 이렇게 해서 관계를 틀고 그 사람이 삼성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하면 그때부터 삼성에서 그 사람에게는 더 특별히 막 돈을 밀어주는 거래. 뇌물 브로커가 되어서 돌아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뇌물 먹이라고. 그걸 삼성 장학생이라고 한대.




삼성이랑 사돈지간인 중앙일보 홍석현이가 이런 방식으로 1997년에 검찰청 검사 전체에게 명절 떡값으로 뇌물을 뿌리다가 걸렸거든? 근데 홍석현이랑 떡값 받은 검사들이 처벌받는게 아니고 그걸 폭로한 기자와 국회의원이 불법으로 녹음한 내용을 폭로했다고 처벌을 받더라구. 한국이 이렇게 썩어버린거야. 삼성이 일 년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을 이렇게 뿌린대. 그렇게 뿌리고 자기들은 뒷구멍으로 수조원에서 수십조원 부정부패 이득을 남기는 거고. 항상 뿌린 돈의 몇 배를 부정부패로 남기기 때문에 하는 거야. 걔네들 장사꾼이잖아.




이렇게 재벌이 온 나라에 뇌물을 뿌리면서 하는 일은 정치인들이 국민들이 서로 미워하도록 이간질을 시키는 거야. 아빠, 원래 김영삼이랑 김대중은 서로 같은편이었거든? 옛날에는 전라도 경상도 서로 싸우고 미워하는 사이 아니었거든. 다 같은 대한민국이잖아. 근데 지역을 가지고 왜 싸워, 이상하잖아.




근데 재벌이 뇌물을 뿌리면서 이 두 사람이 서로 싸우게 이간질을 한거야. 재벌이 언론에 뇌물을 먹여서 은근하게 서로 싸우게 만드는 기사를 쓰게 한거야. 쟤네가 먼저 우리 욕했다 뭐 이런식으로 자꾸 없는 말을 지어내서 미워하는 마음을 만들게 한거야. 그래서 지역감정이라는 것을 만들고 키운거야. 그렇게 서로 이유도 없이 피터지게 싸우는 동안 재벌들이 뒤에서 마음껏 부정부패로 재미보려고. 그렇게 재벌과 언론이 국민들의 마음을 분열시킨 거야.




그뿐만이 아니야. 아빠 노동운동 시민단체 이런게 뭔지 알지? 원래 이런 사람들은 돈 없는 서민들 도와주는 활동하는 거잖아. 재벌이 이런 사람들한테도 돈을 먹이는 거야. 그래서 시민단체 좋은 일 하던 사람들이 경력을 쌓아서 인정받으면 재벌이 주는 일자리에 취직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거야. 막 재벌 비판하던 기자가 그 경력으로 신뢰를 쌓으니까 재벌이 와서 스카우트를 해가는 거야. 그렇게 국민들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썩어들어가게 만든 거야.




아빠 맨날 뉴스 볼 때 뭐라고 했어. "에이, 그놈이 다 그놈이다. 다 똑같이 썩었네." 이랬잖아. 근데 아빠, 그게 바로 재벌의 노림수였던 거야. 그렇게 된 원인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정치인을 다 싸잡아서 욕하게 만들고 정치를 외면하게 만드는게 재벌과 언론의 목적이었던 거야. 그러는 동안 재벌들은 안전하게 세금 빼돌리고 비자금 만들었던 거야. 아빠, 한국 재벌들이 조세회피지역에 만든 비자금 규모가 세계 전체 2위래, 1위는 중국이구. 경제 규모 대비 비자금 규모로 하면 세계 1위래. 우리가 뇌물 부정부패로 세계 1위를 찍은 거야.




아빠, 그러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긴줄 알아? 재벌들이 문어발 확장을 하게된 거야. 그전에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자가 있을 때는 뇌물 상납을 잘하는 회사가 대출도 잘받을 수 있었거든. 근데 독재자들이 사라지고 나니까 이게 자율규제로 바뀐 거야. 그러니까 이 재벌들이 대출을 갑자기 무제한으로 왕창 땡겨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거야. 사업에서 흑자가 안 나도 먼저 차지하고 보자 이런 마음으로 말이야.  


이렇게 은행에서 대출 받아서 사업 확장할 때도 당연히 뇌물 주고 한거지. 그런데 이게 옛날처럼 독재자 정치인을 통해서 한 게 아니라 각자도생으로 한거야. 그러다보니 자율규제라는게 의미가 없고 개판이 된거야. 한 번 생각을 해봐. 부정부패와 사업 부실은 그대로 두고 돈만 빌려와서 규모만 키우면 어떻게 되겠어? 부실 규모도 그만큼 같이 뻥튀기 되는거잖아.


그렇게 부실이 계속 쌓이는 상태에서 국제 환투기 세력이 공격해서 건드리니까 그게 터져 버린거야. 국가 부도 나기 직전에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에 좀 도와달라고 사정을 했대. 우리나라가 박정희 때부터 그때까지 제일 돈 많이 빌린 곳이 일본이었거든. 근데 일본 정부가 딱 잘라서 거절하더래. 그동안 선이자 떼고 수수료 떼고 사채 이자로 우리를 쪽쪽 빨아먹었으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오지게 뒤통수 친거지. 그래서 IMF 온거야.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아빠같이 중소 규모 사업하는 사람들이 다 죽어나갔잖아.
재벌은 어떻게 됐지? 재벌도 몇몇은 조각나서 구조조정 공적자금 지원 받고 그랬지. 근데 아빠, 구조조정 공적자금 지원이 뭐야? 그거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망할 회사 살려준다는 거잖아.
아빠 같은 국민이 평생 일군 사업 다 날아가는건 하나도 안 도와주면서 재벌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살려 준거야. 여기에도 재벌들의 로비와 뇌물이 있었던 거야.


아빠 기억나? IMF때 나라 망한다고 그래서 막 금모으기 운동하고 그랬잖아. 그때 나랑 내 동생 돌 반지도 내놓고 엄마 금붙이 가진것도 내놓고 그랬잖아. 우리가 그렇게 해서 나라를 살리고 재벌들을 다시 살려준거야.
재벌들이 우리를 먹여살려준게 아니고 항상 그 반대인거야.
재벌이 처음 생길때부터 국민이 보상으로 받아야 할 돈을 안 받고 재벌에게 그 돈 빌려줘서 재벌이 시작할 수 있게 키워준거고, 그 재벌들 돈벌게 일해 주고, IMF와서 망할 뻔 했을 때 모금하고 세금줘서 살려 주고 그랬던 거야.




그러니까 아빠, 아빠가 잘못한게 아니었던 거야. 아빠는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미처 막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거야.
아빠, 부도난 뒤에 그거 갚고 정리하고 하느라고 3년 동안 개고생 했지. 그냥 모른척하고 파산신청 할 수도 있었는데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 했잖아. 아빠가 잘한거야. 아빠는 양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았던 거야. 재벌 사채업자와 악덕 업주의 속임수에 또 넘어간 것 뿐이야. 아빠는 잘못한게 없어.


아빠, IMF 때문에 사업 부도나고 그거 빚갚느라고 고생하고 그러면서 아빠 우울증 왔지. 그러면서 엄마랑 사이가 점점 멀어졌지. 아빠 먼데서 일하느라 집에 잘 안 들어오고 가끔씩 집에 오면 그냥 아무말 없이 TV만 봤지. 그때부터 아빠랑 같이 터놓고 얘기하지 못한것 같아. 엄마랑 만나면 싸우고, 그러다가 한 번씩 엄마 때리고 그랬잖아.


아빠 어느날 뉴스를 보다가 노무현이 나오니까 막 비웃으면서 안될거라고 했잖아. 노무현이 왜곡된 지역감정을 극복해야 한다고 하면서 민주당 간판 달고 부산에 출마하고 그러니까 웃기다고 쑈하는 거라고 했잖아. 그런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에 나오니까 절대 안될거라고 했지. 이미 대통령으로 이회창이 내정되어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그날 울컥해서 한 번 두고 보자고 대들었지. 대통령 되나 안되나 보자고 내가 성질을 부리면서 집을 뛰쳐나왔지. 그후로 내가 노무현 선거운동 하러 다녔잖아.




아빠, 그거 알아? 아빠한테 그런 감정 들게 만들려고 언론이 속임수 친거야. 노무현처럼 뇌물 안 받고 조금이라도 더 공정한 정치를 하려고 나오는 사람을 따돌려서 주저앉게 하려고 했던 거야. 그래서 나같이 울컥한 사람들이 모여서 노무현을 지지하는 활동을 했거든.


2002년에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던 그날이 기억나네. 그날 당선 확인하고 나서 밤늦게 집에 들어가니까 아빠가 집에 있더라구. 그래서 내가 따져물었지. "아빠, 노무현 안된다고 그랬지? 이제 봐라. 하니까 되더라. 왜 안된다고 하면서 포기하니? 왜 포기하고 살아야 된다고 하니? 왜 자식들한테도 그렇게 살아라고 하니?"


그러니까 아빠가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구어 버렸잖아. 내가 밖에서 울면서 계속 뭐라고 했지. "아빠, 왜 도망가니? 왜 더 나아지는 노력을 안 하니? 왜 엄마랑 맨날 싸워? 왜 포기하니? 난 그렇게 안 살고 싶다 아빠야, 나는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고 나아지고 싶다."
아빠도 방에서 울면서 그랬잖아. "나도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아무도 그런거 안 가르쳐 주더라."




내가 나중에 몇 년 지나서 진짜 깨달았어. 아무도 아빠 세대에게 그런걸 안 가르쳐 주었던 거야. 아빠 세대가 배운건 아무말 못하고 배고픔을 참고 고통을 참고 두려움을 참는것 뿐이었던 거야. 아빠가 사는 세상에서는 현실이 아빠를 무슨 말 못하는 짐승처럼 가두어 놓고 사정없이 때렸던 거야. 그래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항상 눈치보고 걱정했던 거야. 아빠가 대중이 찍고 나서 무섭다고 할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그때는 어려서 몰랐던 거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빠는 결국 엄마랑 헤어지고 이혼했지. 나는 고3이면서 2002년을 노무현 쫓아다니는데 쓰느라고 재수를 했어. 나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 되고 나면 막 엄마랑 아빠랑 다시 사이 좋아지고 내 인생이 다 잘되고 성공할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더라. 정치는 정치고 또 내 인생은 내가 해야 하는 거더라. 그래도 나는 자신이 있었어. 나는 노무현을 보고 노무현을 지지하면서 내 인생을 개척할 용기가 생겼어.


그런데 아빠, 재벌과 언론은 노무현을 죽이려고 환장을 하게 되었어. 진짜 죽자고 달려들더라. 내가 살면서 신문 기사에 그렇게 야비한 말들이 나오는걸 처음 봤어. 그리고 인터넷에서 갑자기 노무현을 조롱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숫자가 막 늘어나는거야. 원래는 안 그랬거든. 나중에 10년 뒤에 알게되었어. 그게 재벌이 돈을 대서 알바들을 고용한 거였다는걸.


인터넷에 원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런저런 토론을 하고 그랬거든. 그런데 막 밑도 끝도 없이 노무현 욕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더니 이건 대화도 아니고 토론도 아니고 그냥 비아냥과 조롱인거야. 상대하다 보니까 막 지치더라구. 그렇게 해서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흩어지고 약해졌어. 노무현은 어려워도 최선을 다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정치를 했지.




노무현은 퇴임하고 나서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어. 그런데 이명박하고 재벌들이 그게 아니꼬웠나봐. 가짜 사건을 조작하고 가짜 뉴스를 만들더니 노무현을 뇌물 받은 정치인으로 몰아가더라구. 노무현 주변 사람들을 다 잡아다가 조사하고 시간만 질질 끌고 그러면서 가짜 뉴스로 괴롭히고 그러다가 노무현이 죽어버린거야.




나는 정말 분하고 슬프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막 한국 사회가 미워지더라. 한국 사회가 노무현을 죽였다. 한국 국민들이 노무현을 외면히고 배신했다. 한국은 못난 나라다. 한국이 밉다. 그런 나쁜 마음까지 생기더라. 그래서 이명박과 재벌 이 더러운 놈 나쁜 놈들 너네들끼리 다 해먹어라 이런 생각으로 한국을 떠나서 해외 이민을 갈 생각을 했지. 그래서 미국인 아내하고 결혼하고 그랬잖아.




그렇게 정치같은거 신경 끄고 먹고 살려고 일도 하고 아기도 낳고 그랬지. 그런데 살다 보니까 한 번씩 노무현이 한 말이 생각나는거야. 노무현이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는 말라고 했거든. 가끔씩 그게 생각나면 나까지 노무현을 버린 것같은 생각이 들고 너무 미안해 지는거야. 내가 이기적으로 내 살길만 찾으려고 한 것 같고 이대로 가면 한국은 영영 노무현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는 곳이 될것 같은거야. 그리고 재벌들의 이간질에 나도 결국 속아 넘어 간것같은 느낌이 드는거야.




그리고 쾅! 하고 이 사건이 일어나더라구. 아빠도 이거 알지? 세월호
배가 기울어져서 몇 시간이나 있었는데도 주변에 배들이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아무도 안 구해주는거야. 결국 그 안에 갖혀있던 아이들이 다 죽은거야.


박근혜가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그 애들을 안 구해주는걸 보면서 막 너무 답답하고 괴롭더라구. 정치가 썩었다고 외면했더니 진짜 썩고 썩은 갑 중에 갑같은 사람이 나와서 저런 일을 만들어 내는구나.
언론도 마찬가지야. "학생들 전원 구조"같은 가짜 뉴스나 막 내보내고 실제 구조에는 관심도 없고 비난하고 욕할 대상만 찾아서 자극적인 뉴스를 쓰더라구.


그때부터 사람들이 언론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더라구. 나는 무슨 처음에 새 기러기를 잘못 쓴 것인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기자 + 쓰레기"라는 뜻이래. 가짜 뉴스, 자극적인 혐오 뉴스 쓰면서 반성 안하는 것들은 그런말 들어도 싸.


아빠, 세월호 사건 일어나고 나서 나는 생각이 바뀌었어. 미국 국적 취득하고 한국 국적 버리는거 이제 안 하려구. 죽이되던 밥이되던 한국에서 다시 노무현 같은 사람을 찾아서 지지하기로 마음먹었어. 이제는 아무리 더러워도, 아무리 괴롭혀도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 겠다고 마음먹었어. 내가 이런 고민하면서 막 밤에 잠꼬대하고 낮에 시름시름하니까 와이프가 병이 생긴줄 알고 걱정했대.




문재인이라는 사람도 이때 큰 충격을 받았대. 이 사람은 노무현하고 같이 인권 변호사 했던 친구였고 노무현 대통령 할때는 참모가 되어서 도와준 사람이야. 이 사람이 자기 주장을 나서서 하지 않고 얌전한 성격이어서 어떤 사람인줄 몰랐거든.


그런데 이 사람도 노무현처럼 때묻지 않고, 재벌에게 뇌물 받지 않고, 노무현이 하려고 했던 정책을 그대로 이어서 하는 사람이었던 거야. 이 사람은 조용하게 권리당원 정책이라는걸 만들었어.




이게 뭐냐면 스마트폰으로 본인 인증을 해서 월 천원씩 당비로 납부를 해서 권리당원이 되는거야. 그 권리당원이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도 뽑고 민주당 정책도 결정하게 하는거야.


아빠, 국회의원 되려면 당에서 후보 자리를 받아야 되잖아. 그게 당선 가능성 높은 곳은 한 자리에 30억에서 50억원 하는거 알지? 그거 때문에 우리 집안 문중에 아저씨 한 분이 국회의원 나가려고 하다가 그 돈을 완납 못해서 후보 못하고 그래서 무소속으로 나갔다가 떨어졌잖아.


그걸 공천 장사라고 하거든. 돈 주고 당선권에 있는 국회의원 후보 자리를 사고 파는거야. 그걸 자유한국당은 완전 대놓고 하고 민주당도 비슷하게 했거든. 그런데 문재인이 저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모든게 달라지게 된거야.


쉽게 말해서 민주당 내에서 계모임으로 모여서 자리 사고 팔고 하던 애들이 공천 장사를 못해먹게 된거야. 왜냐하면 권리당원들이 스마트폰으로 투표를 해서 누구를 후보로 할지 정하기 때문에 조작이 안되는 거야.


그리고 권리당원들이 한 달에 천원씩 내는데 그게 작은 돈인줄 알았는데 150만명이나 가입을 해가지고 그렇게 해서 모으니까 1년에 백억 넘는거야. 충분히 정치할만큼 돈이 되는거야. 이제 더 이상 재벌 돈을 안 받아도 되는 거야.


아빠, 이제 민주당은 전라도 당 아니야. 더불어 민주당이라고 해서 줄여서 더민주라고 하는데 더민주는 이제 더 이상 전라도 지역에서 공천장사 하는 당이 아닌거야. 그런짓 하는 애들이 다 박지원 안철수 따라서 찢어져서 나갔어. 김대중 김영삼 아들들이 이제 문재인을 도와서 함께 하고 있어. 우리가 이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있는 거야.




이런 변화를 사람들이 알아보고 문재인을 지지하기 시작한거야. 나도 문재인이 이제 우리의 희망이다 이래가지고 막 지지했던거야. 재벌 뇌물 받은 언론에서는 이제 문재인을 죽이려고 막 가짜 뉴스를 쓰더라구. 그래서 문재인 지지하는 문꿀들이 가짜 뉴스 틀린점을 찾아내서 지적하고 반박하고 그러는 거야. 문꿀이라는건 원래 문꿀오소리라는 동물 이름인데 복잡하니까 그냥 문재인을 꿀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자.


아빠, 나도 요즘에 일하면서 틈틈이 인터넷에 들어가서 댓글 달아. 언론 기사가 문재인을 왜곡하고 공격하면 기자 이름 불러주면서 "홍길동 기자님, 이렇게 왜곡해서 기사를 쓰면 안됩니다. 니 얼굴에 똥칠하는 겁니다. 이 기사는 어디가 잘못되었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걸 써. 그래야 기자가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고치거든.


이렇게라도 안 해서 또 가짜 뉴스에 속아 넘어가서 문재인도 잃어버리면 안되니까 그러는거야. 아빠, 나 같이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수가 많아. 수십만 명 돼. 다들 깨달은 거야. 더 나아질 방법이 있다는걸


그러다가 아빠, 박근혜랑 최순실 기억나지? 걔네들이 막 삼성에게 뇌물 받아먹고 블랙리스트 만들고 국정원이 댓글 알바를 동원하고 이런게 다 들통이 난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손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간거야. 나도 우리 애기 데리고 나갔었잖아.




아빠, 2016년 촛불운동은 아무도 안 싸우고 죽는 사람도 없이 사람들이 모여서 뜻을 모으기만 해서 삼성 재벌이랑 박근혜를 이긴거야. 막 프랑스 독일 같은 정치 선진국이 칭찬하고 그래. 아빠, 우리나라가 그만큼 멋있는 나라가 된거야. 선진국이라구.




그리고 아빠, 이제 문재인 대통령도 만들었지.
아직 끝난건 아냐.
아직도 재벌하고 기레기는 문재인 욕하고 가짜 뉴스 만들고 그래. 얘네들은 노무현때랑 똑같더라.
근데 지금은 사람들이 달라. 사람들이 이제 도망 안 가. 차근차근 가짜 뉴스를 가려 내고 반박하고 싸워.
이제 아무도 "그놈이 그놈이다. 다 썩었다." 이런 말 안 해. 그런 생각하면 진다는거 알거든.


아빠, 오늘 내가 이 글 쓴 이유는
아빠가 잘했다는거를 확인해 주고 싶어서야.
아빠가 그때 무서움을 참고 대중이 찍어 주어서 이렇게 된거야.
아빠, 많이 무서웠지?
내 앞에서는 노무현 욕했지만 사실은 아들이 막 밖에 나가서 노무현 지지하고 다니다가 얻어 맞고 따돌림 받는 인생을 살게 될까봐 걱정했지?
열심히 일해서 자식들은 번듯하게 살게 해주고 싶었는데 IMF 때문에 허망하게 다 날아가고 그러니까 미안하고 속상하고 그랬지?


아빠, 아빠가 잘못한게 아니었어.
할아버지가 잘하고 아빠가 잘하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거야.
아빠가 꾹 참고 일하고 그래서 우리가 밥 잘먹고 건강하게 살고 그러면서 또 더 나은 한국을 꿈꾸게 되었던 거야.
아빠, 옛날에 잘 모르고 성질 부렸던거 미안하다.
우리 아빠 멋진 아빠다.


이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다.
나는 우리가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으며
그 방법은 민주주의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작은 돈을 모아서 올바른 정치인을 골라서 지지하는 것이고
돈을 많이 가진 재벌이 속임수를 치더라도 거기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이기준의 민주주의 강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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